다음 달 27일이면 익산에 이사 온 지 꼭 1년이 된다. 익산에 살기로 마음먹은 건 그보다 겨우 서너 달 앞서였고, 그때만 해도 익산에 아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었다. 그럼 왜 하필 익산이었을까.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ㆍ경기, 그것도 큰 도시에서만 살다 보면 수도권 밖에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수도권에서 사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기 어렵다. 나도 그랬다. 그러다 2018년 무렵,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이라는 분야를 공부하다 우리나라가 저출산으로 위기에 처해있고,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인구도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른바 ‘지역 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말도 처음 들었는데, 정말로 지역이 소멸하지 않도록 애쓰는 패기 넘치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벌써 10년째 고향도 아닌 강화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협동조합 청풍’ 청년들 같은.
그들이 참으로 멋져 보이면서도 안쓰러웠고, 그래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그때부터였다. 전국을 돌며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낯선 도시, 낯선 동네에 뿌리를 내리려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을 만나 하루하루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게. 그들이 청춘을 바쳐 하고 있는 일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더 많은 응원을 받기를 바랐고, 다른 더 많은 청년들이 수도권 밖에서 길을 찾기를 바랐다. 그렇게 나온 두 권의 책이 <슬기로운 뉴 로컬 생활>(2020)과 <로컬 꽃이 피었습니다>(2021)다.
<슬기로운...>을 쓸 때는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더 늦기 전에 수도권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고, <로컬 꽃...>을 쓸 무렵엔 마음을 굳혔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뒤 정착할 곳을 찾아다녔고, 익산에 살기로 했다. 왜 익산이었는지는 앞으로 두고두고 글로 쓸 생각이다.
이곳 익산에서 만난 이웃이자 동료이자 청년인 김애림 님은 나보다 사흘 먼저 익산에 왔다. 익산에서 나고 자랐으니 익산에서 보낸 시간은 나보다 훨씬 길테지만 익산에 살기로 마음먹은 날로 따지자면 엇비슷하다. 나이는 나보다 조금 어리고 (몇 살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여러모로 나랑 닮은 구석이 있다. 그는 주변을 살필 줄 알고 챙길 줄도 안다. 책임감이 강하고 부지런하다. 아, 글도 잘 쓴다. 나랑 닮은 건 이런 정도다.
바보같이 착해서 뒤통수 맞기 딱 좋다는 점은 다르다. 미움받는 걸 두려워한다는 점도. 가끔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지 팔자니 별 수 없다. 새로운 일을 밀어붙이는 패기는 나보다 몇 배 낫다. 사진전에, 유튜브 방송에, 여러 행사 취재에, 잡지 출간까지, 그는 지난 열 달 사이 손으로 다 꼽기도 힘들 만큼 많은 일들을 해냈는데, 같은 열 달 동안 난 뭘 했나 싶다.
편지를 주고받자고 했을 땐 그러자고 했다. 닦달해주는 동료가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니까. 그의 속도에 맞추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좋은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청춘을 바쳐 하려는 일에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