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림 : 두 분을 여기선 집사님이라고 부르시더라고요. 두 번째 집을 지키는 집사. 처음부터 그렇게 부르기로 마음 먹으신 건가요?
이 집사 : 제가 책방을 하기 전에 아이들 대상으로 그림책 수업을 했었어요. 그때는 ‘모리 쌤’으로 불렸거든요. ‘이새나’라는 본명도 물론 좋지만 내가 지은 나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2년 후에 책방을 여는데 그때 장 집사한테 그랬죠. 우리 두 번째 집이니까 너 장 집사하고 나 이 집사 하자. 책방을 3년 넘게 하면서 이 집사라고 정말 많이 불렸어요.
김애림 : 이름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았을 거 같아요. 고양이 집사인가. 아님 교회 집사님인가.. 하고요.
이 집사 : 맞아요. 어디든 가면 집사님, 집사님, 불리니까 종교가 있는 걸로.. (웃음) 어디 교회 다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김애림 : 두 번째 집이라는 가게 이름에서 제3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집 외에 쉴 수 있는 아늑한 공간. 제 유추가 맞을까요?
이 집사 : 제가 의도한 바는 그게 맞고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이름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마다 이유를 굳이 설명하기보다는 “왜 두 번째 집일까요?” 하고 역질문을 던졌어요. 각자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이 곳이 손님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김애림 : 제가 그런 느낌을 받고 있어요. 편안하게 인터뷰하고 있거든요. 이 곳의 매력을 찾아보면 정말 많지만 그중 제일은 시장에 있다는 점이에요. 지원 사업을 통해 들어오긴 했지만 시장에 들어갈 때 두려움은 없었나요?
이 집사 : 두려움보다는 낯설었죠. 저희도 여기 오기 전까지는 잘 몰랐어요. 중앙시장이나 북부시장은 잘 알고 있었는데 남부시장은 더 발길이 안 닿는 곳이니까요. 있는 지도 잘 몰랐는데 장 집사가 지원사업을 가져왔어요. 주로 바깥 일(?)을 하는 분이라 예산을 물어와요. 근데 정말 낯설었어요. 초반에는 ‘여기서 될 수 있을까?’ 생각했죠.
장 집사 : 처음 지원사업을 보고 재밌겠다. 라는 생각 했어요. 시장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까 광장 같잖아요?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레 이야기가 모이니까 우리의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젊은 사람이 시장을 찾고 남부시장을 아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대체로 책방을 찾는 사람은 호기심이 많으니까 올거라 믿었어요. 실제로 책방으로 오는 골목골목 헤매는 시간도 재밌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김애림 : 두 번째 집에 오기 위해서 남부시장에 처음 오는 사람들도 꽤 많았을 거 같아요.
장 집사 : 맞아요. 여행 오셨다가 익산역에 내려서 ‘근처에 갈만한 곳이 있을까?’ 검색해서 찾아오시는 분도 있고요. 오픈할 때만 해도 익산에 작은 책방이 정말 없었거든요. 갈증을 가진 젊은 분들과 저희 또래 분들까지 다양하게 찾아주셨던 거 같아요.
김애림 : 다양한 분들이 찾아오셨다니까 두 번째 집에서에서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하게 여는 것으로 알아요. 주로 어떤 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이 집사 : 행사를 정말 다양하게 많이 했어요. 제가 여성주의와 환경에 관심이 많다보니 관련 작가님을 모시거나 샴푸바 만들기, 글쓰기, 시 낭독 모임. 등 다채롭게 진행했어요. 우선 우리가 재밌는 거 하자는 마음이 제일 컸어요. 사람들이 올지 안 올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의 흥미가 기준점이 됐어요.
장 집사 : 책방 안사람인 이 집사가 그때마다 관심 있는 작가, 주제, 기획을 주로 했죠. 우리가 재밌어야 초대한 분도 함께 즐길 수 있잖아요.
김애림 : 모임을 기획할 때 회의를 통해 도출하시나요?
장 집사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안사람 아이디어를 많이 내요. (웃음) 저는 우선 듣죠.
이 집사 : 제가 반응을 보죠. 이거 되겠다, 안 되겠다를 가르는 첫 관문이에요. 왜냐면 제 취향이 대중적이지 못해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건데 또 나만 좋아하면 안 되니까요.
김애림 : 고민을 치열하게 하시는군요.
이 집사 :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대중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용기를 갖고 작가님을 모시지만 현실적으로 독자도 어느 정도 모여줘야 하고 독자도 소통할 수 있는 작가님을 원하니까요.
이 집사 : 제 취향만 독단적으로 가져가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어요. 정해진 예산을 제 만족을 위해서만 쓸 수는 없으니까요. 그 중간을 고르기가 참 어려워요. 제가 좋아하는 취향이되 어느정도 모집력은 있는 기획이어야 하죠. 그래서 장 집사한테 먼저 던져봐요. 내가 이번엔 대중성 있게 생각해봤어! 하고요.
장 집사 : 근데 한편으론 대중성도 중요하지만 책방의 색깔도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 조율이 필요해요. 이렇게 말하니까 제가 무슨 큰일을 하는 거 같은데 그냥 듣고 판단하는 거에요.
김애림 : 큰일이죠. 맨 처음 기획을 점검하는 분이니까요. 일종의 통과의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