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회차 '여자 둘의 창업생활'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익산에 오는 천안 여자와 천안에 한 번 가면 일주일 동안 머물다 오는 익산 여자가 있다. 뭐가 그들을 이끌었는지는 모르겠다. 익산 여자가 있어서 천안 여자가 오는 건지, 천안 여자가 있어서 익산 여자가 가는 건지. 아무튼 그 둘은 함께 창업을 했다.
매일 오전 9시. 그들은 온라인에서 만난다. 보통 하얀이 회의를 열고 애림은 감사한 마음으로 입장한다. 원래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하던 온라인 만남이 삼일에 한 번, 이틀에 한 번, 이제 하루에 한 번으로 바뀌었다.
일로 합을 맞춘 지는 7월부터니 이제 겨우 3개월 되었다. 생각해보니 한 명도 “우리 같이 사업을 해봅시다.” 라던지 “우리 함께 일해볼래요?” 하는 제안을 한 적이 없다. 그저 매주 회의하다가 매일 회의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애인을 사귈 때도 사귀자, 하고 시작하는 게 응당 자연스러운 절차이거늘 결국 회의를 통해 함께 돈 버는 사이가 되었다.
좋아하는 일과 돈 버는 일 중에서 좋아하는 일만 선택하며 살아가던 여자 둘은 창업하면서 ‘좋아하면서 돈 버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게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다 알 것이다.
애림 : 하얀 씨 거기 얼마 준대요?
하얀 : OO만 원이요. 어때요?
애림 : 아, 생각보다 적은데.. 우리 이 프로젝트 장기적으로 가져가고 싶어요? 그럼 실험용으로 해봐도 괜찮을 거 같아요.
좋아하는 일인데 돈을 적게 주면 미래를 보고 결정했고, 덜 좋아하는 일인데 돈을 많이 주면 돈을 보고 결정했다. 액수가 크면 그 일을 감당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누군가 이만큼의 예산을 측정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우리한테 그만큼 신뢰가 있으시다는 거지. 그렇게 일을 냉큼 수락하며 말한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리는 돈과 함께 용감한 사람이 된다.
사실 이런 제안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고 있다. 3개월 된 창업팀에게 선뜻 일을 맡기는 용감한 사람을 만난다는 게 흔치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할 거라는 걸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러면 나는 그 말을 믿을까? 믿어 주면 좋겠다. 하루하루 기쁜 마음으로 일하지만, 마음 한 칸에 처음의 불안함도 분명 있다. 그럴 때마다 서로에게 “해보죠”라는 말을 많이 건넨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애림 : 하얀 씨 우리 홈페이지가 필요할 것 같은데.. 혹시 만들어 본 적 있어요?
하얀 : 아니요.. 해보죠. 뭐
일주일 뒤 하얀은 도메인을 뚝딱 사고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하얀 : (공간지원사업 링크를 건네며) 애림 씨 익산 전시 끝나면 천안 전시해 보는 거 어때요? 경쟁률은 좀 높을 것 같은데..
애림 : 그래요? 우선 써보죠. 뭐
그렇게 그들은 제안서를 통과해 12월에 천안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다.
한 명이 기획 초안을 내면 다른 한 명이 의견을 보태고 그때마다 더 용감한 사람이 실행에 옮겼다. 서로의 용기를 관람하며 응원과 보탬을 주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동갑이지만 친구는 아니고 같이 돈 버는 사이다. 오늘도 익산과 천안을 성실히 오가며 회의를 한다. 그들이 유려하게 일하는데 장소는 상관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