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 한 10년만 갔으면 건물 하나 올리겠던데 3년째 되니까 떨어지더라고요. 경쟁업체도 생기고, 또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했지만, (주변을 둘러보며) 이런 얘기하면 그렇지만 손님들도..
김애림 : 손님들이..?
박성준 : 몇 년 전에 어떤 손님이 그러더라고요. “이 집이 옛날에 일진들만 다녔어.”
김애림 : (웃음) 맞아요. 그런 학생들이 많이 왔었죠.
박성준 : 학생들도 담배피러 오고. 2000년대 여기서까지 자녀들 데리고 왔던 부모들은 실망하고 가는 거에요. 연기가 꽉꽉 차니까. 환풍기에 공기청정기까지 돌려도 안 돼요. 여기서 한 3명만 펴도 연기가 꽉 차버려요.
김애림 : 아무래도 학생 손님이 많고, 그리고 불량청소년? 분들도 많이 왔던 거 같아요.
박성준 : 거의 대부분이죠.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엔 정말 대부분이었어요.
김애림 : (웃음) 네, 그런 분들을 손님으로 상대하기 조금 힘드셨을 거라고 생각 하거든요. 어떠셨나요?
박성준 : 지하에 있을 땐 “형님, 형님” 하는 애들도 많았어요. 다 고등학생들이죠. 제 눈엔 어린 철부지들이죠 뭐. 그래서 의욕이 좀 꺾인 것도 사실이에요. 아, 여기는 그냥 놀러 오는 분위기구나. 사실 13년 쯤에 가게를 접으려도 했어요. 월급쟁이를 해보려고요. 와이프도 요양간호사도 알아보고, 나도 인터넷 구인구직 같은 거 알아보고 그랬는데 47살에 들어갈 데가 아무데도 없었어요. 진짜 허드렛일 말고는. 그때 와이프가 그럼 사람을 줄이고 둘이 한번 해보자 해서 2013년부터 둘이 한 거에요.
김애림 : 그때부터 페이스 시즌 3버전이 탄생한 거네요.
박성준 : 예, 메뉴판도 수정하고 양념 배합도 다시 했어요. 전에는 학생들 위주라 음식이 전체적으로 달았는데 많이 줄였죠. 그러니까 약간 패밀리 레스토랑식으로. 완전히는 아니지만 가족 단위로 오는 분들도 많이 늘었어요.
김애림 : 그래서 그런지 메뉴판을 보니까 재밌는 부분이 있어요. ‘저희 업소는 친절과 미소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
박성준 : 제가 원래 과묵해요. 친화력이 없어서 손님들한테 살갑게 대하는 편도 아니에요. 장사를 30년 해보니까 너무 친절해도 알고지내도 불편한 관계가 돼요. 그래서 미리 알려주는 거에요. 친절과 미소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김애림 : 페이스하면 떠오른 이미지가 몇 개가 있어요. 여기가 낙서가 진짜 많잖아요.
박성준 : 하, 낙서도 할 얘기 많아요.
김애림 : 낙서 얘기 너무 궁금해요. (웃음) 일부러 안 바꾸시는 건가요?
박성준 : 아이. 뭐. 우리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한번 하기 시작하니까 다 따라서 한 건데. 워낙 젊은 손님이 많았었으니까. 한 번은 애들이랑 같이 온 가족 손님이었는데 낙서하게 싸인펜 좀 달라고 하더라고요. 나 참, 없다고 그랬어요. (창틀을 바라보며) 이런 데는 좀 괜찮은데.. 근데 이게 덕 볼 줄은 몰랐어요. 굉장히 독특하게 보더라고요.
김애림 : 맞아요. 페이스의 문화로 자리 잡은 거 같아요. 지금은 이렇게 낙서에 관대한 집이 많지 않거든요.
박성준 : 그래요? 나는 다 그런 줄 알았네.
김애림 : 그러면 기억에 흔적도 있나요? 아니면 어후, 이건 왜 썼지 이런 것들.
박성준 : 그거야 뭐. 누구야 너만 평생 사랑.. 이거 우리 알바야 알바. 알바했던 친구들이 하트모양 낙서를 하고 가는데 다 헤어졌어요. 끝까지 사귀는 애들이 없어. 낙서하고 가면 애들한테 그랬어요. 여기 낙서하고 가면 다 헤어진다고.
김애림 : 낙서를 보러 다시 오는 손님들도 있을 것 같아요.
박성준 :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신기해서 오시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우린 일부러 와주니까 고마운 거죠.
김애림 : 그럼 고마운 손님들에게 전하고싶은 말 있을까요?
박성준 : 허허. 글쎄요. 살갑고 친화력있게 다가가야 하는데 성격상 잘 안 돼요. 몸이 피곤하면 초심을 잃어요. 가끔 오래 지켜줘서 고맙다고 장문에 글을 남기고 가는 손님도 있어요. 내색은 안하지만 힘이 되죠. 나는 계속 이 일을 해야하니까. 이 나이 먹고 할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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