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까운 동료가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요. “사랑할수록 아프다”는 거예요. 이 무슨 사극 드라마에 나올법한 대사냐고 했지만, 듣다 보니 무슨 뜻인지 수긍했습니다. 한 사람을 깊게 알수록 슬픔도 동요되고 그리움이 더 진하게 남아 스스로까지 슬퍼지는 현상인 거죠.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요. 사물도, 동물도, 지역까지도요.
깊게 알수록 아프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미륵사지의 시멘트를 볼 때 그랬고, 만경강의 제방을 볼 때 그러겠죠. <다모>의 이서진 배우가 했던 대사가 생각나는 순간입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
그렇다고 마냥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아는 것은 언제나 힘이 되는 주문이니까요. 말이 길어졌네요. 다시 작년 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조금씩 친해지는 느낌이다’ 이후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요즘은 중앙동을 탐방 중이다.
나는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이후 중앙동에 대한 짧은 후기가 이어집니다. 젊음의 거리와 문화예술의 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요. 익산에서도 특히 중앙동과 친해지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던 중이었습니다. ① ‘요즘은 중앙동을 탐방 중이다’와 ② ‘나는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두 문장이 조금은 마음에 듭니다. 보잘것없지만 이어 읽었을 때의 밋밋한 시니컬함 때문일까요. 기껏 익산에 와서 열심히 돌아다녀 놓고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푸념하는 모습. 묘한 기대감과 불안함이 엿보이는 느낌입니다. 아마 별생각 없이 썼기 때문에 생겨난 느낌일 것입니다.
과거 기록을 들여다보면 지금 같은 순간을 만나곤 합니다. 기록 속의 나는 손에 잡히는 것 하나 없이 꿈만 가득했는데, 지금의 나는 그때의 꿈을 손아귀에 쥐고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 순간을요. 별것도 안 한 것 같은데 유난이죠? 원래 젊을수록 호들갑도 잘 떠는 법입니다.
다소 징그럽지만 제가 익산에 온 이유는 ‘사랑’ 때문입니다. 익산에 있는 가족을 사랑했고, 집 앞의 단골 카페를 사랑했고, 추억이 담긴 중앙동을 사랑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단골 가게에 손님이 없을 때, 중앙동에 휑한 거리를 볼 때, 그리고 가족이 아파 쓰러졌을 때, 그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동료 말이 맞았네요. 제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가 저를 아프게 합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는 기회와 화려함이 있다면 익산에는 가족과 추억이 있으니까요. 작년 일기를 다 훔쳐보니 확신을 얻었습니다. 누군가 앞으로도 여기서 살 거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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