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의 첫 만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찾아보니 22년 4월 3일에 브런치 [작가 제안] 메일을 통해 먼저 연락하셨죠. 그때보다 조금 더 친해져서 하는 말이지만 정말 특이했어요. 페이스북 메시지도 있었을 텐데 브런치라니.. 아시겠지만 브런치 작가 제안으로 연락하면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하고 발랄한 제목으로 메일이 도착합니다. 아니 벌써, 누군가 내 글을 책으로 만든다면 어쩌지, 아직 많이 부족한데, 어디 출판사지, 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메일을 열었지만 발신자를 확인하고 실망보단 반가운 마음이 컸습니다. (진짜 진짜로요) 센터장님(이럴 때만 센터장님이라 부르는 비열한 저입니다)이 쓴 책들을 공부할 때 익혔던 터라 나눌 이야기가 많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거든요. 오랜만에 돌아온 익산의 낯섦이나 어색함을 공유할 동료도 필요했습니다.
까먹으신 멋진 카페 이름은 ‘오아시스’에요. 익산의 선배로서 자랑할만한 공간을 소개해야 겠다는 사명감에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정한 탓인지 길을 헤매신 듯했습니다. 제가 2층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늦을까 봐 헐레벌떡 뛰어오던 후배님 모습이 생각납니다. 첫 만남이라 늦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지켜보니 약속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 같아요.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의 부지런함이겠죠.
저도 그 마음에 공감해서 저희가 만나는 날이면 1분도 지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약속 장소로 향합니다. 그런데 여태껏 쌓아놓은 노력이 무색하게 지금은 매우 겸연쩍고 궁색한 자세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의 마감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후배님 못지않게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만 저는 잦은 지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익산 레터> 원고도 매번 발송 시간이 다르고 친구와의 약속에 자주 늦습니다. 최근에도 늦어서 택시를 탔어요. 택시에서는 자책합니다. 나는 어째서 이 모양인가. 왜 진작 서두르지 않아서 돈과 기름을 길에다 쓰며 살아가는가. 오늘 아침에도 그런 생각을 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인근 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학생이 제 이야기가 궁금하다며 인터뷰를 요청했거든요. 평소에는 인터뷰어 모드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질문을 건네지만, 가끔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될 때가 있습니다. 질문을 많이 받는 사람이 좋은 질문을 건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들어오는 인터뷰는 마다하지 않고 응하는 편입니다.